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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자격증 불법문제지 `덤프` 활개
인터넷 등 통해 유통… 자격증 신뢰도 저하 우려
적중률 높아 유출경로 의혹
국제 IT 자격증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은행 방식의 시험문제가 유출돼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소위 기출문제인 `덤프'(DUMP)가 업자 및 인터넷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CNA, MCSE, OCP, LPIC, SCJP, CISSP 등 네트워크 관리, 데이터베이스 관리, 리눅스, 프로그래밍, IT기기운용, 보안 등 IT와 관련한 국제 자격증 시험문제가 덤프로 유출돼 자격증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덤프의 문제는 시험 문제 적중률이 80% 이상이어서 유출 경로에 의혹을 낳고 있다.
A씨는 입사지원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자바 프로그램 국제자격증(SCJP)을 취득하기로 마음먹고 국제자격증을 먼저 취득한 친구에게 공부방법을 문의, 불법문제지 덤프를 알게 됐다. 그는 "덤프를 구매해 며칠동안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자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따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취업과 인사고과 등에 가산점이 반영돼 연간 수만 명이 응시하고 있는 IT 국제자격증이 속칭 덤프를 사용하는 고질적 관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덤프는 80~90% 이상이 시험문제와 똑같은 불법 문제지로 인터넷 카페, 불법 판매업체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몇 년째 지속된 이런 관행이 국제자격증과 IT개발자들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와 기관들은 현재 어떤 대책도 없는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국내에서 시행되는 IT 국제자격증들 중 덤프가 없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한 덤프 판매업체의 리스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썬, 시스코, 컴티아 등 30여 글로벌 업체 및 기관의 200여 개 버전의 국제자격증 판매 가격이 총망라돼 있었다.
또 국제자격증 관련 카페들에는 덤프를 구한다는 글들이 수없이 게시돼 있고 일부 IT학원에서는 수강생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덤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의 네트워크 자격증(CCNA)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닌 한 수강생은 "학원에서 CCNA관련 교육을 하다가 시험일 약 1주일 전쯤 CCNA 덤프를 나눠줬다"며 "상당수 학원들이 시험보기 전에 덤프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에서는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덤프를 모아서 팔기도 하지만 전문업체가 꾸준히 음성적으로 공급ㆍ판매하고 있어 시험문제가 바뀌어도 덤프가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전문업체는 자신들이 국내 IT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로 2001년부터 활동해 오고 있으며 90~100%의 문제 적중률을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이메일을 통해 접수를 받아 덤프 당 몇 만원에서 십여 만원 선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메일을 통해 전자문서 형태로 덤프를 보낸다. 전자문서에는 재유포를 방지하기 위한 신청자의 개인정보(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가 포함돼 있다.
덤프의 정체에 대해 컴티아 관계자는 "국제자격증 문제들이 문제은행에서 출제되고 있어 업체나 학생들이 시험을 본 후 문제들을 조합해서 만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특정 시험의 경우 덤프가 90% 이상의 적중률을 보이고 있고 시험문제들이 변경되면 바로 덤프로 업데이트 돼 해킹 등의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덤프 판매가 저작권에 위배되는 행위로 분명 문제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자격증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개발자들의 능력저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신표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 연구개발실장은 "기술과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증 시험이 단순 암기식 시험으로 전락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해당업체나 기관에서) 문제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현장문제 해결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는 해외 자격증으로 실력을 평가하기보다는 한국이 IT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교육해 IT전문가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상훈 한국SW아키텍트연합회 공동의장은 "우선 업체에서 문제 풀(Pool)을 늘려야 한다"며 "응시자들이 덤프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당 기관에서 문제 형태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글로벌 리더 10만명 육성 계획에 IT분야를 포함시키는 등 IT전문인력 양성에 노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IT 국제자격증과 관련된 현황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 디지털타임즈 강진규 기자 kjk@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