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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직장인은 '열공' 중...위기 넘어 미래로

'몸값을 높여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해...직장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기 위해...후배와 동료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이같은 이유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하루 한 두시간을 가기계발에 투자하는 이른바 샐리던트족이 10명 중 7명에 달한다는 최근 한 조사결과도 있다.

GS리테일 국내 영업부에 근무하고 있는 최판구 과장은 이른 새벽부터 출근준비에 바쁘다.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사내 영어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예전보다 한 시간 일찍 회사로 출근한다. 최 과장은 “업무에서 영어를 사용할 일은 많지 않지만 사내 분위기도 그렇고, 영어 실력이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일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위한 직장인 공부 열풍
직장인 상당수가 몸값을 높여 이직하거나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열공’ 하고 있다. 이른바 샐리던트(샐럴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족이 늘어가고 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평생직장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면서 더 나은 직장으로 가기 위해 자기계발에 힘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직원 300명 이상 기업에 재직 중인 남녀직장인 1213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샐러던트족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현재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8.1%로 조사됐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하루 한 두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직장인이 10명중 7명에 달하는 것이다.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도 직장인을 자기계발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다.

이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20~30대 직장인 1482명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가’라고 묻자 51.0%가 ‘그렇다’고 답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회사가 불안정해서’(28.6%)라거나 ‘실적, 성과가 부진해서’(16.8%) 라는 등의 이유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위기감 속에서 직장인들은 살아남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4명 중 1명은 자격증 등 관련 교육을 받고 있었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28.8%)을 직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은 유형으로 꼽고 있는 만큼 업무와 유관한 자격증을 취득해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서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 중 1시간(30.6%)~2시간(34.0%)을 투자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으로 많았고, 공부방법(*복수응답)은 오프라인 학원을 수강(70.8%)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74.5%)한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또 비용은 한 달에 ‘10만~15만원 미만’을 투자한다는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

일과 개인 생활로 바쁜 일과 중 틈을 내어 공부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33.2%)이나 ‘직장에서의 승진을 위해’(24.7%) 공부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잡코리아 황선길 이사는 “이전에도 자기 개발에 열심이었던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그 비율이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회사의 감원바람이 자신한테 닥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고민에서 샐리던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 공부는 필수
샐리던트들이 가장 많이 공부하는 분야는 외국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외국어 회화’를 공부한다는 응답자와 ‘어학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한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경영을 외치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사용 능력은 주요 기업에서 승진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임원직 승격시 영어 능력에 따라 가산점을 주고 있는데 100점 만점에 5점 정도를 가산점으로 반영하고 있다. 1점 차이로 승격의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5점의 가산점은 승격 여부가 가려지는 결정적 요소가 돼 영어 과외 열풍이 벌어질 정도다.

LG전자는 부서에 관련 없이 각종 회의와 보고서 작성 등을 원칙적으로 영어를 이용하도록 돼있다. 심지어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의 화장실에는 영문 보고서를 작성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빈출단어 풀이가 적혀 있을 정도로 LG전자에 부는 영어 바람은 대단하다.

GM대우와 르노삼성은 외국계 기업답게 영어는 ‘사내 의사소통의 기본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GM대우의 경우 약 40명의 외국인 임원이 있는 만큼 각종 문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회의에서 영어가 활용되고 있으며, 사내 대부분의 문서는 국문은 물론 영문으로 작성되고 있다. 어학 능력 향상을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 연인원 4500명 가량이 이를 수강중이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영어는 ‘사내 공식 언어’다. 프랑스 르노, 일본 닛산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만큼 영어를 회사 공용어로 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주 월요일 주요 임원회의를 비롯해 월 1회 매니저 간담회, 본부별 회의 등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전화통화, 이메일, 팩스, 회의록 등 모든 통신수단에서도 영어가 기본이다. 토익 시험을 볼 경우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한 임직원에게 시험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는 추세다.

하지만 영어 등 외국어 분야에 집중돼 있는 자기계발의 폭을 넓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실적인 선택 만이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잡코리아 황선길 이사는 “쫓기는 심정에서 정작 본인 관심분야가 아닌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 좋더라고 하는 외부 판단에 따라 공부를 하게 되면 쉽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회사에서도 교육을 시켰는데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자기 계발은 본인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 전쟁기념사업회 기계실 김창현 환경반장
샐리던트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

환경기사인 김창현(37)씨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운영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에서 환경시설 운용을 맡고 있다. 공공시설인 전쟁기념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환경 시설을 유지·보수 하는 일이 그의 업무다.

김 씨는 지난 3월부터 열관리기사, 공조냉동산업기사, 소방설비 기사, 가스기사 등 4개의 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8개월여의 짧은 자격증 준비 기간 동안 소방설비 기사(소방설비 기계기사 및 소방설비 전기기사), 공조냉동산업기사 등 2과목은 벌써 1차 시험을 통과했다.

전쟁기념사업회 기계실 김창현 환경반장.

<김지성 기자 lazyhand@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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